내 권리가 소멸하는 것을 막는 방법

본 칼럼은 2021. 4. 17.자 토론토 중앙일보(종합 4면)에 기고된 이승엽 변호사의 한국법 칼럼으로서 중앙일보 홈페이지(www.cktimes.net)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승엽 한국/캐나다 변호사입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한국의 소멸시효 제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부득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개인적 사정이 있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채권이 자동 소멸되므로 권리는 최대한 신속히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오늘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방법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시효를 중단하는 방법으로 한국 민법은 권리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거나,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신청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급명령’이라는 제도가 생소하실 수 있는데, 이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금전 등을 지급하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로서 당사자가 법원에 출석할 필요가 없는 등 절차가 매우 간이하고 신속하다는 점에서 정식 소송절차와 다릅니다. 그러나 만약 채무자가 이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한다면 지급명령절차는 정식 소송절차로 진행되게 됩니다. 따라서 지급명령은 채무자가 채권자의 주장을 다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위 방안들은 모두 한국법원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절차들인데, 캐나다 교민이 무슨 수로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한국법원에 위와 같은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국은 전자소송제도가 전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발달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캐나다 교민이라도 한국법원에 어렵지 않게 소제기, 가압류, 가처분 신청 등을 하실 수 있습니다(네이버나 구글 검색창에 ‘전자소송’이라고 입력하시면 대법원 공식 전자소송 사이트가 검색화면 맨 위에 나옵니다).


특히 한국법원에서 진행되는 소송은 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판결도 신속하게 나오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다만 소제기 시 소송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법원이 당사자로 하여금 법정에 출석하여 변론하도록 하는 단계(이를 ‘변론기일’이라 합니다)에 이르면 직접 출석하거나 대리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소제기를 결정하셨다면 곧바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기 보다는 가장 효과적인 법적 수단을 모색한 후 이에 맞추어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소를 제기했더라도 정작 소송에서 패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함은 물론 자칫 상대방이 지출한 소송비용(변호사 수임료 등)까지 배상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철저한 준비를 통해 승소하면 소기의 목적 달성은 물론 상대방으로부터 소송비용까지 일부 또는 전부 배상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편, 법원의 관여 없이 시효를 중단시키는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승인’이 있는데,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채권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승인’에는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채무자가 채권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명백한 의사표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이를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 정황만 있으면 됩니다. 전형적인 예로는, 채무자가 채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거나,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채무자가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거나 이를 일부 변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경우 채권자로서 유념할 점은 추후 채무자가 승인 사실을 다툴 경우를 대비하여 녹음파일, 이메일, 이체내역서 등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위와 같이 시효가 중단될 경우 그 동안 진행된 시효는 리셋되어 처음부터 다시 진행됩니다.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에는 자기 권리의 본래 시효기간이 10년 미만이더라도 10년으로 연장되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상당수 상사채권이나 변제기일이 다달이 돌아오는 채권 등의 본래 시효기간은 3년에 불과하고, 그 외에 시효기간이 1년 이하에 불과한 채권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시효연장 효과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에 있는 채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싶은데 채무자의 주소와 주민번호 등을 모를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의사항: 상기 내용은 한국법에 관한 일반사항을 서술한 것에 불과할 뿐 법률자문이 아니므로 단순 참고용으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중앙일보와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